솔직히 말하면, 성수동은 인스타 감성 충만한 MZ들의 성지라고만 생각했다. 나처럼 촌스러운 애가 가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
그런데 친구가 "너 서울 왔으면 성수는 가봐야지"라고 해서 마지못해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성수역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는데, 진짜 공장 건물이 많다. 근데 그 공장들이 다 카페나 편집샵, 갤러리로 변해있다. 녹슨 철제 계단 옆에 예쁜 화분이 있고, 시멘트 벽에 조명이 달려있고.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카페였다. 정비 도구들이 그대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데, 이상하게 따뜻한 느낌이었다. 과거의 노동과 현재의 여유가 공존하는 느낌?
산책하면서 생각했다. 서울 사람들은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고 새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고향에서는 낡은 건물은 그냥 부수고 새로 짓는데, 여기는 그 낡음을 살리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나도 내 이력서의 빈약한 경험들을 이렇게 멋지게 포장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