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하고 처음 한강을 봤을 때, 솔직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향에도 강은 있으니까. 근데 서울 한강은 뭔가 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여기에 모여 있다는 게 신기했달까.
오늘은 자소서 마감이 코앞인데 도무지 방에서 집중이 안 됐다. 그래서 노트북 들고 한강으로 나왔다. 망원한강공원은 여의도보다 한적해서 좋다.
돗자리 깔고 앉아서 자소서를 열었다. "본인이 가장 열정적으로 임했던 경험은?" 이 질문 앞에서 한 시간째 멍 때리는 중이다. 열정적으로 임한 거... 지금 이 순간 여기 앉아있는 것도 열정 아닌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더니 점점 분홍, 보라색으로 변했다. 옆에 앉은 커플이 셀카 찍느라 바쁘고, 저쪽에선 치맥하는 직장인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자소서는 한 줄도 못 썼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울에 올라온 게 후회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순간들을 모아서 자소서에 쓰면 되는 거 아닐까. "저는 매일 출퇴근 시간 지옥철을 버티며 인내심을 길렀습니다"라고.
다음에는 치킨 포장해서 와야지. 한강에서 치킨은 진리라더라.
